자유형 20m, 숨을 안 쉬고 가보라는 말에 거리가 늘었습니다

7월 1일에 수원 새천년수영장에서 수영을 시작해 이번 달로 세 달째입니다. 지금은 배영을 배우고 있는데, 자유형은 꽤 오랫동안 15m에서 멈춰 있었습니다. 25m 레인의 절반을 조금 넘기면 숨이 차서 그냥 발을 딛고 일어나는 게 매번 반복됐습니다.

그런데 최근에 20m까지 가게 됐고, 그 계기가 제가 예상했던 것과 정반대였습니다. 더 열심히 숨을 쉬어서가 아니라 숨을 아예 안 쉬고 가보라는 말을 듣고 나서였습니다.

15m에서 매번 일어났습니다

제 한계는 꽤 정확하게 15m였습니다. 15m를 세 세트 하면 그날 자유형 연습은 끝이었습니다. 레인 중간쯤에서 가슴이 답답해지고, 그 상태로 팔을 두세 번 더 젓다가 결국 섰습니다.

한 레인에 여덟 명 정도가 함께 도는 구조라 중간에 서면 흐름이 끊깁니다. 급해지면 팔이 빨라지고, 팔이 빨라지면 숨은 더 가빠집니다.

체력 문제라고 확신했습니다

저는 헬스를 꽤 오래 해왔고 지금도 수영과 병행하고 있습니다. 그래서 처음에는 이게 심폐 능력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. 물에서 쓰는 근육이 달라서 아직 적응이 안 된 거라고요.

그래서 한동안은 더 세게 하면 될 거라고 생각하며 연습했습니다. 결과는 그대로였습니다. 15m에서 서는 건 변하지 않았고 허벅지 근육통만 늘었습니다.

지금 돌아보면 원인을 잘못 짚은 상태로 노력의 양만 늘린 셈입니다. 숨이 차는 이유가 체력이 아니라 호흡 동작에 있다는 건 한참 뒤에 알았습니다. 그 원인과 연습 순서는 수영 초보 호흡법을 정리한 글에 따로 적어뒀습니다.

강사가 시킨 건 반대였습니다

어느 날 강사님이 저에게 출발점부터 숨을 쉬지 말고 그냥 쭉 가보라고 했습니다. 숨이 차서 못 가는 사람한테 숨을 쉬지 말라니, 그 순간에는 납득이 안 됐습니다.

그런데 그렇게 해보니 한 번에 20m를 갔습니다. 평소보다 5m를 더 간 겁니다. 숨을 한 번도 안 쉬고요.

먼저 말씀드리면, 이건 강사가 옆에서 보고 있을 때 짧은 거리로만 해야 하는 연습입니다. 혼자 따라 하면 안 되는 이유는 바로 아래에 적었습니다.

강사님이 알려주려던 건 이것이었습니다. 숨을 쉬려는 동작과 그 과정에서 생기는 긴장이 몸을 굳게 만들고, 굳은 몸이 오히려 호흡을 더 힘들게 만든다는 것이었습니다. 저는 숨이 모자라서 선 게 아니라, 숨을 쉬려다가 자세가 무너져서 섰던 것이었습니다.

다만 이 연습은 혼자 따라 하면 안 됩니다

여기까지 읽고 오늘 바로 숨 참고 25m를 가봐야겠다고 생각하실까 봐 먼저 적어둡니다. 저는 강사가 옆에서 보고 있는 강습 시간에 해본 것입니다.

숨을 참고 수영하는 연습은 혼자 반복하면 위험합니다. 숨을 크게 여러 번 몰아쉬고 나서 잠영하는 방식이 특히 위험한데, 몸이 보내는 숨 신호를 지워버려서 본인은 멀쩡하다고 느끼다가 물속에서 의식을 잃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. 그렇게 몰아쉬지 않았더라도 무호흡으로 거리를 늘려가며 반복하는 연습은 그 자체로 같은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.

미국 적십자사와 YMCA, USA Swimming은 공동성명을 통해 이런 방식을 위험한 숨 참기 행동으로 규정하고 수영장에서 금지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. 머리가 띵하거나 시야가 좁아지는 느낌이 들면 거리를 채우려 하지 말고 그 자리에서 멈추셔야 합니다.

그러니 이건 숨을 참는 훈련이 아니라, 숨을 쉬려는 조급함이 자세를 무너뜨린다는 걸 확인하는 경험으로 받아들이시는 게 맞습니다. 하려면 반드시 지도자가 보는 앞에서 짧은 거리로만 하시기 바랍니다.

그날 이후 실제로 달라진 것

가장 크게 달라진 건 기술이 아니라 머릿속이었습니다. "숨을 안 쉬어도 20m는 간다"는 걸 몸으로 한 번 확인하고 나니, 호흡할 때의 조급함이 줄었습니다.

조급함이 줄자 호흡할 때 덜 허둥대게 됐습니다. 숨을 못 쉴까 봐 몸 전체가 긴장하던 게 줄어든 것이 제일 큰 변화입니다.

구분15m에서 서던 때20m를 간 뒤
내가 생각한 원인체력 부족숨 쉬려는 조급함과 긴장
대응 방식세게, 더 많이 연습힘을 빼고 자세 유지에 집중
15m 지점에서 드는 생각여기서 서겠구나특별히 의식하지 않고 지나감

아직 못 한 것들

20m가 됐다고 자유형이 해결된 건 아닙니다. 지금도 남아 있는 문제가 두 가지 있습니다.

  • 아직 한쪽으로만 호흡합니다. 좌우 호흡은 다음 숙제로 남겨뒀습니다.
  • 25m를 온전히 채우지 못합니다. 20m에서 5m가 남는데 그 5m가 제일 멉니다.

여기에 지금은 배영을 같이 배우고 있어서 자유형에만 시간을 다 쓰지도 못합니다. 배영은 배영대로 방향이 자꾸 틀어지는 문제가 있어서, 두 영법이 각자 다른 숙제를 주고 있는 상태입니다.

그래도 한 가지는 분명해졌습니다. 예전에는 15m 지점이 오면 '아, 여기서 서겠구나'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는데 지금은 그 지점을 그냥 지나갑니다. 몸이 좋아진 것보다 그 예상이 사라진 영향이 더 큰 것 같습니다.

같은 지점에서 멈춰 있는 분께

거리가 안 늘 때 제가 했던 실수는 원인을 확인하지 않고 강도부터 올린 것이었습니다. 숨이 차다고 느끼면 체력 문제로 결론 내리기 쉬운데, 초급 단계에서는 호흡 동작이나 자세 때문인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.

강사에게 지금 내가 왜 여기서 서는지 물어보는 게 가장 빠릅니다. 저도 물어보지 않았으면 아직 15m에 있었을 겁니다. 비슷한 맥락에서 연습량만 늘렸을 때 왜 실력이 안 느는지는 수영 실력이 안 느는 이유를 적은 글에도 남겨뒀습니다.

남은 5m

다음 목표는 숨을 쉬면서 25m를 끊지 않고 가는 것입니다. 무호흡으로 거리를 늘려서 채울 생각은 없습니다. 세 달 만에 15m에서 20m가 됐으니 남은 5m도 호흡이 편해지면 따라올 거라고 봅니다.

숨을 쉬지 말고 가보라던 말이 결국 거리 이야기가 아니라 힘을 빼라는 이야기였다는 걸 지금은 알겠습니다. 남은 5m도 아마 같은 방식으로 붙을 것 같습니다.

댓글

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

수영복 사이즈 고르는 법, 평소 사이즈로 사면 안 되는 이유

수영 실력이 안 느는 진짜 이유, 열심히만 하면 안 됩니다

배영 2개월차, 뒤로 눕는 건 익숙해졌는데 아직 코에 물이 들어갑니다